2023년 회고 📝
— 회고 — 10 min read
~ 4월
올 상반기 대부분은 작년 하반기부터 투입되어있던 프로젝트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.
아쉬운 점이 참 많았는데 그 중 일하는 방식에 대한 부분이 가장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.
저는 평소 '구현할 수 없다'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요.
실제로 제가 만드는 프로덕트에 구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신박하게 복잡하거나 고도화된 기능이 없기도 하거니와, 대부분 '구현은 할 수 있는데 비용(인력/시간/돈)이 많이 들어요'나 '구현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요' 가 더 정확하고 책임감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.
하지만 안타깝게도 처음에는 고객이 '비용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구현 또는 검토해주세요' 라고 했다가 결국에는 'N월 N일 전에 반드시 되어야합니다' 또는 '현 재 개발인력 내에서 반드시 되어야합니다' 또는 '추가 라이센스 비용 없이 반드시 되어야합니다' 등등 말을 바꾸는 경험을 여러번 겪다보니
앞뒤 생략하고 '(인력/시간/돈 그 어느것도 늘려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니)구현할 수 없다'가 먼저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.
개발팀의 사기도 떨어지고 고객의 신뢰도 떨어지니 프로젝트의 분위기가 점점 더 안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죠.
투입된 시점에 이미 이런 분위기가 있었고, 저도 별 다른 노력 없이 그냥 분위기에 맞춰서 소극적으로 일했습니다. 시간이 좀 지나서야 적극적으로 일하기 시작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같구요.
나에게 이 판의 분위기를 바꿀만한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었으면 조금 괜찮았을까 아쉬운 프로젝트였습니다. 다음엔 잘할 수 있을까요?
5월
안식휴가를 다녀왔습니다. 입사한지 5년이 넘었다니 흑흑
6월 ~
새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습니다. 인원이 많은 프로젝트라 두근두근 했던 것 같아요. 느낀점도 많구요. 나열해보자면...
- 개발자 입장에서 스토리에 좁게 몰입하다보면 스스로 도출해낸 해결방법 두세가지가 나름 막상막하 처럼 보여서 고민이 길어지곤 하는데요. 리뷰어 입장에서 보면 생각보다 그 중 가장 합리적인 한 개가 눈에 확 띄더라구요. 쓸데없는 고민을 했던거죠 ㅋㅋ 의도적으로 한발 물러서서 고민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.
- SA 입장에서 개발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풀어줘야하는 영역과 규칙을 정해 제한해야하는 영역을 명확히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. 자유도를 높이면 개발자가 스토리를 이상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생겨버리고 (뒷처리는 덤...ㅜㅜ), 제한을 높이면 리뷰가 저의 주 업무가 되어버림 + 스토리에 deep dive 해서 떠올려낼 수 있는 아이디어나 구멍을 놓치게 됨 + 개발자들의 불만 증폭 등등 추가적인 문제가 또 생기니 어느 쪽도 정답이라고 할 수 없겠더라구요. 적당한 선에서 개발자들의 성향을 봐가며 해야하는데...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.
- 협상 스킬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. 욕을 먹지 않으면서 일을 덜 할 수도 있고, 욕을 먹으면서 일을 더 할 수도 있다는거!
- 개발자들의 성향은 참 다양하고, 나만 저 개발자를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고, 내가 느낀 분위기를 다들 느끼고 있고, 역시 사람하고 하는 일은 관계와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.